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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사(辟邪) 2] 위태로운 선(線) — 문짝, 안전과 공포가 교차하는 경계

이 시리즈 · 벽사(辟邪)

"벽사는 경계에서만 의미가 있다."

  1. 1. [벽사(辟邪) 1] 귀신을 발명한 뇌
  2. 2. [벽사(辟邪) 2] 위태로운 선(線) — 문짝, 안전과 공포가 교차하는 경계
  3. 3. [벽사(辟邪) 3] 요괴, 도깨비, 그리고 치우천황
  4. 4. [벽사(辟邪) 4] 사방에 깔린 결계, 그리고 현대의 벽사



1편에서 우리는 인간이 이유 없는 불행을 견디지 못해 귀신을 발명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안과 밖을 나누는 선을 그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문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귀신은 왜 벽을 뚫고 들어오지 않을까요?


형체도 없다는 존재가 흙벽 하나를 통과하지 못해 굳이 문 앞으로 온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민담 속 악한 존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문과 창을 통해 드나듭니다.

드라큘라는 초대받지 않으면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우리의 처녀귀신도 방문 앞에서 서성입니다.

답은 귀신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있습니다. 공포에도 규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악귀가 아무 데로나 — 벽이든 지붕이든 바닥이든 — 들어올 수 있다면, 인간은 단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사방이 뚫려 있는 공포는 대응이 불가능한 공포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도 규칙을 부여했습니다. "너희도 우리처럼 문으로 다녀라." 침입 경로를 문 하나로 좁히는 순간, 지켜야 할 곳이 명확해지고 공포는 다시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옵니다.


1편에서 본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원인을 발명해 불행을 붙잡았듯, 경로를 지정해 공포를 붙잡은 것입니다.


그래서 문은 집에서 가장 이중적인 자리가 되었습니다. 벽은 완전한 단절이라 안전하지만, 문은 안과 밖이 만나도록 일부러 뚫어놓은 구멍입니다.

사람과 빛과 바람이 드나드는 통로는, 규칙에 따라 악귀도 드나들 수 있는 통로입니다. 집 전체에서 가장 필요한 자리가 동시에 가장 위태로운 자리 — 안전과 공포가 교차하는 최전선이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조상들만의 직감이 아니었습니다. 인류학자 메리 더글러스는 『순수와 위험』에서 위험과 오염의 관념은 범주와 범주가 갈리는 경계에서 발생한다고 보았고, 아르놀드 반 헤네프는 인간의 의례가 문지방 — 이곳도 저곳도 아닌 사이의 자리 — 에 집중되는 이유를 같은 원리로 설명했습니다. 벽사는 경계에서만 의미가 있습니다. '막는다'는 행위 자체가, 안과 밖이 갈리는 선 위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악귀들의 이동 경로가 문으로 좁혀졌으니, 인간이 할 일도 명확해졌습니다. 그 선 위에 방어를 세우는 것입니다. 문에 부적을 붙이고, 문설주에 피를 바르고, 문 앞에 팥을 뿌리는 일은 전부 이 좁혀진 전선에 배치된 방어선이었습니다.

실제로 벽사의 자리를 세어보면 이 원리가 그대로 보입니다. 귀면와는 지붕의 끝에, 장승은 마을의 입구에, 금줄은 문 위에, 팥은 문지방에 — 하나같이 무언가와 무언가가 갈라지는 선 위에만 있습니다. 방 한가운데, 마당 한복판에는 벽사가 없습니다. 막을 선이 없는 곳에서는 막는다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선들 가운데 가장 정교하게 다듬어진 것이 창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위태로운 선 위에 인간이 새겨 넣은 방어의 문양들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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