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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창호 2] 한일 창호의 구조적 반전과 기후 환경



일본의 전통 창호인 쇼지는 자로 잰 듯 반듯하고 선명한 격자무늬로 유명합니다. 그 단정한 인상 덕분에 쇼지는 일본 특유의 미의식의 상징처럼 이야기됩니다. 반면 한국의 창호는 부드럽고 은은한 인상을 줍니다. 많은 이들이 이 차이를 양국의 미적 취향 차이로만 이해하지만, 그 이면에는 결정적인 구조적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종이를 바르는 위치입니다.


한국의 창호는 문살이 바깥을 향하고 종이는 방 안쪽에 발라져 있습니다. 햇빛이 문살을 먼저 통과한 뒤 한지에 닿기 때문에, 문살의 그림자가 한지 위에 은은하게 투영됩니다. 종이가 빛을 확산시키면서 그림자의 윤곽은 부드럽게 번지고, 시간과 계절에 따라 그 농담이 달라집니다. 방 안의 사람은 창살의 실물이 아니라 창살의 그림자와 함께 사는 셈입니다.


일본의 쇼지는 정반대입니다. 종이가 바깥쪽에 발라지고 문살은 방 안쪽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빛은 종이를 먼저 통과해 확산광이 된 뒤 문살에 닿으므로, 방 안에서 보는 문살은 그림자의 간섭 없이 균일하게 빛나는 흰 면 위의 선명한 선으로 보입니다. 쇼지 특유의 정돈된 기하학적 인상은 이 배치에서 나옵니다.


이 반전은 취향이 아니라 환경의 문제였습니다. 한국의 창호는 마당과 직접 만나는 외벽이었기에, 비바람에 종이가 상하지 않도록 종이를 안쪽에 바르고 문살이 바깥에서 비바람을 먼저 받도록 했습니다. 문살은 종이를 보호하려고 바깥에 선 것입니다. 반면 일본의 쇼지는 아마도(雨戸)와 처마, 복도가 비바람을 걸러준 안쪽의 건구였기에 종이를 바깥에 발라도 상할 일이 없었고, 오히려 방 안에서 문살의 선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쇼지의 선명함과 한국 창호의 은은함은 미적 인공의 승리가 아니라 각자의 기후와 배치가 만든 환경적 결과물입니다. 이 차이가 다음 편에서 다룰 '쿠미코 오해'의 배경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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